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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역사!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겨야할 굴욕,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중국에서잘사는남자 2020. 12. 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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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역사!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겨야할 굴욕 병자호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남한산성 / 김훈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인 중국 천진시(天津市)는 중국의 4대 직할시에 속하고 유럽풍들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한 세련된 대도시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아편전쟁의 패배 이후 텐진 조약으로 인해 강제로 개항을 당하고 서구 열강들에게 도시 곳곳의 노른자 땅을 내주었었고, 이후 중일전쟁에 패배하고 일본에게 해방 전까지 점령을 당했던, 지금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프고 굴욕적인 역사의 무대였던 곳이다. 

 

이러한 굴욕의 역사를 잊기 위해서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과거 침략의 흔적들을 지워버릴 만도 하지만, 천진시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침략국들이 남겨놓고 간 건축물들을 잘 보존해놓고 있으며, 관광상품으로 잘 포장해서 오히려 과거에 당한 치욕을 지금의 돈으로 보상받겠다는 의도인가 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주 잘 이용을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배알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중국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점은, 중국인들은 서양과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치욕과 굴욕으로 여기고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를 갈고 있으며, 침략의 잔재들은 청산해서 눈 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 앞에 두고 보면서 굴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와신상담하는데 이용을 하고, 침략의 흔적들을 부수고 다시 건설하며 과다한 비용을 쓰기보다 남겨진 유적들을 남기고 간 나라들이 셈이 날 정도로 아주 잘 활용해서 나라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하자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마인드를 탑재한 중국은 놀라울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성장하여 과거 중국에 침략했던 서양 국가들도 이제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을 보면 이런 중국의 와신상담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이런 중국의 마인드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은 침략역사의 잔재는 무조건 청산하자는 방향으로 흘러왔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잊히는 법. 슬프고 치욕적인 역사일수록 더욱 드러내고 곱씹으며 이를 갈아야 하고, 대대손손 후손들에게도 확실한 교육을 통해 같을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비록 침략국이 남기고 간 유적은 아니지만 이런 와신상담의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 있는데, 바로 남한산성이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40일간 농성전을 벌이다 결국 청나라에 항복하고 삼배구고두례의 치욕을 당한 역사의 무대였던 곳이며, 지금도 관광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언제든지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창 시절부터 남한산성이 위치한 경기도 광주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뒷동산 가듯이 자주 남한산성에 올랐었으며, 오를 때마다 성벽 너머를 바라보며 과거 성을 공격했던 적군들의 모습, 성 안에서 필사적으로 살고자 분투하는 모습, 침략당할 수밖에 없었던 무능력 나라를 만든 조선의 임금과 지배층들을 상상하며 분노하곤 했는데,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에 2017년 김훈의 장편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다시금 와신상담할 수 있었으며, 최근에는 원작의 장편소설도 시간을 내서 읽게 되었다. 

 

남한산성을 오를 때나, 남한산성 소설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나 항상 드는 생각은 자기만의 좁은 세계에 갇혀서 세계의 힘의 주도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대세의 흐름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줄을 잘못 섰다가, 무능하게 힘도 못써보고 짓밟힌 조선과 그 조선을 이끌었던 무능한 임금과 지도층들이 떠오르며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부분은, 남한산성의 내용이 단순히 과거이고, 지금은 전혀 다른 현실의 세상을 살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도 과거와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에 갇혀서 중국을 우습게 보면서 착각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방면으로 중국에 많은 부분을 이미 우리를 압도하고 있으며, 외교 무대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취하는 굴욕적인 조치들에도 우리는 늘 정신승리만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일제 침략기 시절을 잊지 않고 일본을 대하는 만큼 병자호란의 굴욕을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중국을 대했으면 한다. 그렇기 위해서 남한산성에 오르며 자식들에게 굴욕의 역사를 가르치고, 갈 수 없으면 소설이나 영화라도 보면서 와신상담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반복되는 역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남한산성
국내도서
저자 : 김훈
출판 : 학고재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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