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간 - [기억]
나이가 서른 중반에 접어들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분히 소설책을 읽기보다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 각종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들만 정보를 캐내는 듯한 독서를 위주로 하고 있지만, 한 작가의 소설 만큼은 신간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가 꼭 찾아서 읽곤 합니다. 그 작가는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약 20년 전 소설 '개미'를 읽은 후 부터 그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챙겨서 읽고 있으며 최근 발표한 신간 소설 '기억'도 제가 비록 해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북으로 구매하여 바로 단숨에 읽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의 특징은 장황한 문장의 제목이 아닌, 대부분 간결한 명사형이며(개미, 고양이, 신, 나무, 죽음 등) 평소 우리가 간과했던 그 대상에 대한 색다른 고찰을 바탕으로, SF 요소를 가미하여 구독자에게 재미와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곤 합니다. 특히 우리 삶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 삶과 밀접하지만 깊이있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소재로 삼아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가히 최고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다룬 주제이자 소설 제목은 '기억'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인류의 기억인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교사인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접한 최면을 계기로 전생의 본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이 능력을 이용하여 첫 전생인의 거주 도시인 신비의 아틀란티스를 위험으로부터 구하고, 도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내용은 SF영화에나 나올만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황된 내용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번에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역사교사인 주인공이 역사는 승자의 입맞에 맞춰 편향적으로 쓰여졌다며 주장하며,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숨겨진 진실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기억, 이 인간들의 집단 기억의 기록인 역사도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점,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은 기억에 의해 행동하며 오랜 시간 누적된 기억들에 의해 비로소 개인의 자아가 구성되며, 이 기억이 없다면 인간 존재 의미 자체가 없게 된다는 점,,,
이 책을 읽은 뒤, 저의 기억에 대해서도 곰곰히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나란 사람을 내 본인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고 기억하고 있는지, 나의 지금 가치관과 행동 습관에 영향을 미쳤던 과거의 기억들,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서 지워냈던 기억들, 잊지 않기 위해 더 자세하게 기억하기 위해 다이어리에 특별히 기록해놓은 글, 찍어둔 사진, 촬영을 해둔 영상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기억'이란 책을 읽고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역시 인간은 기억에 의해 지배되고 기억을 위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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